-백자인듯 백자 아니고, 청자인듯 청자 아니고, 질르릇인듯 질그릇 아닌 <분청사기展>
마순관 작가(용인고려백자연구소 대표작가)는 분청사기에 관한 한 필적할 이가 없을만큼 대내외의 인정을 받는 도예가다.
도자기에 대한 안목으로는 한국, 나아가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호암갤러리에서 <분청사기 명품전>을 가졌으니 달리 설명이 필요없다.
그는 지금 용인고려백자연구소 대표 작가로서 고려백자를 복원하고 재현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고려백자, 분청사기 등 용인 도자사를 연구하고 발굴하는 일도 그의 일이다.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고려백자 요지가 있는 서리를 비롯하여 용인 곳곳의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선배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도예가가 아니다. 흔히 만화가라고 하면 50명에서 100여명에 이르는 '새끼작가'들을 거느린 공장장을 가리키는 말처럼, 유명 도공들 중에서는 도자기 공정 중 한두 가지만 할 줄 알고 나머지는 다른 작가의 힘을 빌어 합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림이나 조각, 불때기 등은 대부분 전문가에게 의존한다. 오늘날 도자기 시장이 침체돼 있는 원인 중에 공장장 식으로 움직이는 도공들이 창의성, 예술성보다는 지나치게 뻔한 청자,
백자를 생산해온 매너리즘이 한몫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마순관 작가는 흙 수비에서 불때기까지 도자 제작의 전 과정을 그의 손으로 직접 다룬다. 흙에 관한 한 지금도 이천, 여주 등에서 이름을 날리는 여러 명장들이 그에게 태토를 은밀히 요청할 정도다.
또 그림과 조각 역시 스승 대신 도맡아 할 정도로 잘 훈련되고, 여러 전시회를 통해 그 예술성이 증명된 바가 있다
용인고려백자연구소가 마순관을 대표작가로 모시고 천년 전 고려백자의 복원재현전을 주문한 것은, 이러한 전공정 직접 작업이 가능한, 그러면서도 예술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매우 드문 작가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실력으로 한동안 EBS 교육방송에서 도예교실 강사로 맹활약한 바 있다.그는 포토제닉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말 사진이 잘 받는다. 그런만큼 그의 작품 역시 아름답다. 아름다운 화가 장욱진의 고택에서, 마순관의 혼이 내려앉은 듯한 명작 감상의 기회를 가져보자.